일반 노동조합은 언제 강하게 싸워야 하고 이길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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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민주항쟁 성공 이후 박정희, 전두환군사정권의 서슬에 억눌려 있던 이 땅의 노동자들이 일제히 단결하여 소위 노동자 대투쟁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의 현실은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요구조건에 ‘두발 자율화’, ‘체벌금지’ 등이 포함되어 있었을 정도로 처참하였고 회사는 노동조합을 대화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았기에 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조종사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던 23년 전을 돌이켜 보면 97년 괌사고 이후 연이은 인명사고는 모두 당해 조종사의 단순 실수로 결론이 났었고, 조종사들은 사고 희생자에 대한 가해자 집단이라는 분위기 속에 보장 DO의 개념조차 없이 바쁜기종은 월 150~60시간까지 비행을 하면서도 기장급여는 같은 기종 90~100시간 비행하던 외국인 기장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고, 심지어 1달러당 800원 하던 환율이 IMF로 인해 2,000원까지 치솟자 1/5수준으로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우리 조종사들은 사고의 근본원인이 해당 조종사들의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실수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근로조건에 있음을 자각하고 노동조합을 창립했으나 회사는 지금은 보안수당으로 명칭이 변경된 청원경찰 수당을 명목으로 청원경찰법에 의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에 동조한 노동부의 관료들은 노동조합 신고필증 발부를 거부했기에 법적인 노동조합 지위를 확보할 수 없었고 회사는 이를 빌미로 위원장 포함 집행부 4인을 4개월간의 본사대기 이후 이듬해(2000년)초 2개월간 정직이라는 중징계처분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집행부는 2000년 5월, 불법을 감수하고 파업으로 상황을 돌파하기로 결단하였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우리의 절박한 요구에 귀 기울여 노동조합신고필증을 발급해 주었습니다.
신고 필증을 받고 법적인 지위를 확보한 우리 노동조합은 첫 단체협상을 위한 단협안(122조, 부칙 2개)을 마련하여 회사에 제시하였으나 당시 회사는 조종사 노동조합을 대화상대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최종 결렬 선언하고 총파업에 돌입할 때까지 단 하나의 안건도 타결된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협상과정에 김대중정부는 사정기관의 일상적인 정보보고 뿐만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사람을 내보내 우리의 의견을 청취하였고 10월 22일 파업에 돌입하자 김대중 대통령은 당일 아침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조양호)을 직접 청와대로 호출하여 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종용하였기에 우리 조종사 노동조합은 하루만에 요구조건을 거의 관철시킨 단체협상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투쟁승리의 필수 조건은 조합원의 단결입니다.
하지만 단결이 승리 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정부, 국회, 언론 등 여론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이 동의해 줄 명분이 없다면 조합원들의 단결만으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결코 강자가 아닙니다.
인사(처벌)권과 경영권을 가진 절대강자 경영진에 맞서 약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자주적으로 결사하여 만든 단체이지요.
노동자로서 아쉽기는 하지만 2020년, 2021년 임금동결을 깨뜨릴 방법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과문해서인지 대규모 직원휴직으로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은 회사가 당해연도 임금을 추후 소급인상한 경우가 있다고 들어보지를 못했습니다. 더구나 조종사 노동조합은 제대로된 파업권도 없고, 주변관계자를 설득시킬 명분도 없이 어떻게 싸워 이기겠습니까?
또한, 2022년 10%의 임금인상을 이끌어낸 것은 경영진의 단순한 시혜라기 보다는 우리 교섭단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번 집행부/교섭단의 문제는 교섭을 잘못했다기 보다는 교섭상황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위원장의 위원장으로서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댓글목록
니카니카님의 댓글
니카니카 작성일다들 쉽게 통과될줄 알았는데 부결되니 마음이 급하신가봐요. 글은 길게 써놨지만 결국 10프로 받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인데. 이럴거면 조합은 무슨 필요가있나 싶네요. 차라리 일반노조와 통합을 주장해보심이?
새로운시작님의 댓글
새로운시작 작성일
통합1기 집행부의 말처럼 지금은 차기 집행부 구성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솔아솔아 님의 말씀 중에 조합원의 단결, 그리고 외부의 동의, 명분을 얻기 위한 노력. 이 두 가지는 차기 집행부 구성시 귀담아 들을 추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1년 임금 동결을 깨트릴 방법이 없다는 말씀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극복 특별위로금 명목이든, 코로나기간 중 퀵턴, 호텔격리비행에 대한 퍼듐 명목의 코로나 위험수당 합의 등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20/21년 임금을 올려야 임협이 타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방법은 더 있다고 여겨집니다. 더욱이 임금뿐 아니라 조종사의 부당한 처우와 복지 개선도 시급한 협상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