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희생자 60세와 63세. 어느 게 합리적인가?
페이지 정보
본문
아래 글에 대해 몇 분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 정리된 글로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측을 대변하는 거 같다”고 하는 분도 계시는데 메세지에 대해 메세지로 대응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메신저를 공격하면 생산적인 토론이 되기 어렵습니다.
1. 일반적인 노조의 희생자 구제규정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되면 보통 노조에서 희생자로 지정을 하고 해고의 무효를 두고 사측과 법정에서 다투게 됩니다. 노조는 희생자에게 급여와 소송 비용을 지원합니다. 최종적으로 해고 무효가 확인되면 사측은 해고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고 복직시킵니다. 소송을 통해 받은 돈은 조합 재정으로 귀속되죠. 만약 사측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오게 되면 희생자에 대한 지원은 끝납니다.
이렇게 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우리 경험을 되짚어 보면 이런 식으로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린 2000년 파업이 불법 파업으로 규정되면서 8명이 해고됐습니다. 우린 당연히 해고가 부당하다고 법정 싸움을 했죠. 하지만 졌습니다. 파업은 불법이었고 불법 파업을 주동한 이들에 대한 해고는 정당했다고 판결한 겁니다.
파업이 불법이었던 이유는 쟁의의 주된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외국인 기장 감축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을 허용하는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만 합법 파업으로 인정됩니다. 당시 회사와 임금교섭 중이었고 임금인상과 함께 급속히 증가하던 외국인 조종사 감축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파업 돌입 후 파업 지도부는 임금을 양보하더라도 외국인 조종사 감축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이 순간 파업이 불법이 됐습니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이 아닌 점이 명확해졌으니까요.
당시 우린 신생 노조로서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경험 부족 때문에 파업이 불법이 됐고 8명 해고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죠. 이후 조합은 회사와 임단협을 진행할 때마다 해고자들을 하나 둘 복직시키기 위해 사측에 일정 부분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5명을 복직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세 분은 끝내 복직시키지 못했습니다.
당시 우리 조합비는 지금 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8명에 대해 급여를 줄 수 없었습니다. 조합원들은 해고자 1인 당 5천원씩 4만원을 특별조합비로 납부해서 급여를 댈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상조 서비스 같은 게 없었지만 조합이 투쟁기금을 적립해 나가기 힘들었습니다.
조합이 불법 파업을 하지 않으면 회사는 조합 지도부에 대해 해고와 같은 징계를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조합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합이 불법을 행하게 되면 사측은 가차없이 인사권의 칼을 휘두릅니다. 당시엔 조합 지도부만 희생을 당했지만 요즘은 파업에 가담한 일반 조합원들까지도 손해 배상, 가압류 등을 하는 추셉니다.
일반적인 노조의 희생자 구제규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적어봤습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비롯한 수 많은 노동조합들이 어용노조라서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만 지원하는 게 아닙니다.
2. 60세까지 지원하는 게 과연 부족한가?
앞서 말이 많았는데 이게 핵심입니다. 우리 조합이 민주노총 총알받이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받으면서 파업투쟁을 자주 벌이던 시절에도 60세 넘어 비행하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희생자들에게 왜 60세까지만 급여를 주냐? 63세까지 줘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조합원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파업투쟁을 벌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끝까지 복직시키지 못한 세 분의 희생자들도 한 분씩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서서히 조합비가 투쟁기금과 희생자기금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그러자 조합이 상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노조가 통합됐습니다. 저의 경우 조합비는 통합 이전 보다 줄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독립 노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조합비는 줄었고 전에 없던 상조 서비스도 하고 있으니 씀씀이는 늘었네요.
3. 희생자 구제규정의 정신
일하는 조합원 만큼 해준다. 이게 희생자구제규정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대부분 60세까지 비행하니 60세까지 지원하는 거 좋습니다. 63세까지 비행하는 조건은 뭔가요? 우선 조종사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수요가 없으면 재채용도 없습니다.
그리고 재채용 신체검사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종사 수요가 있는 시기에 신검을 통과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 재채용인데 과연 희생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봐야 할까요?
4. 정리
다소 쌩뚱맞았습니다. 민주노총을 탈퇴했죠. 노사 간 분규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밥 먹듯 하면서 희생자들이 나오던 시기에도 없었던 “63세까지 보장” 이라는 게 왜 지금 나왔는지 좀 의아해서 의견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댓글목록
수석부위원장님의 댓글
수석부위원장 작성일
총회 안건상정은 규약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위원장과 상집에서는 규약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의원대회를 거쳐 논의가 되었고 총회 안건으로 상정되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조합원분들께서 총회를 통해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의견개진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의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뜨겁게님의 댓글
뜨겁게 작성일정년까지 지원하면 끝이라는 건가요? 희생자는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투쟁에 앞장서서 희생자가 되었는데 그정도로 생각하시는군요..희생자는 제드티켓,동반여행은 제한적으로 조합에서 제공하지만 비지니스좌석은 꿈도 못꾸고 은행대출도 제한됩니다. 또한 가족들 또한 쉽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합니다. 조합원중에 희생자 63세를 위해 스스로 희생자가 될만큼 투쟁에 앞장 서실수 있는분이 얼마나 될까요?